일본 내각부의 고령사회백서에 따르면 일본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29.9%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치매 환자 수 또한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초고령사회에 먼저 진입한 일본의 이러한 데이터와 심리적 분석은 한국의 노년기 가족 돌봄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치매 진단을 늦추는 본인의 ‘부정’과 ‘꾸밈’ 증상
2025년 이후 일본의 고령자 약 5명 중 1명이 치매를 앓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늦추는 주요 요인 중 하나는 당사자의 ‘부정’과 가족의 ‘조심스러움’입니다. 치매 초기 단계에서는 기억의 결핍을 보충하기 위해 지어낸 이야기를 하거나, 과도하게 "괜찮다"는 표현을 반복하며 건강함을 강조하는 이른바 ‘꾸밈(取り繕い)’ 증상이 나타납니다.
기사 속 사례에서 금전 관리 지원을 완강히 거부한 행동 역시 자신의 자존심을 유지하려는 일종의 방어 반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심리적 기제는 본인이 문제를 인지하더라도 이를 외부로 드러내지 않으려는 강력한 장벽이 되어 적기 치료를 방해합니다.
가족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은 고령자의 심리적 장벽
가족들 역시 "설마 우리 부모님이 그럴 리가 없다"는 부정적 심리나 "본인이 싫어하는데 억지로 병원에 데려갈 수 없다"는 심리적 장벽에 부딪히기 쉽습니다. 일본 내각부가 실시한 2021년도 조사에 따르면, 고령자의 약 80%가 돌봄이 필요해진 상황에서도 "가족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러한 ‘민폐를 끼치기 싫어하는 마음’은 결과적으로 간병보험 제도 이용이나 조기 의료적 개입을 멀리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됩니다. 부모님의 배려 섞인 거절이 역설적으로 적절한 지원 시기를 놓치게 만드는 안타까운 상황을 초래하는 것입니다.

자립 의지를 존중하는 전문적인 개입 방식의 필요성
전문가들은 부모님의 "괜찮다"는 말을 무작정 부정하기보다, 그 배경에 깔린 ‘자립하고 싶다’는 의지를 먼저 헤아려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이를 위해 가족이 직접 설득하기보다는 지역의 전문 기관을 통한 중재를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일본의 ‘지역포괄지원센터’에서는 가족의 상담을 바탕으로 보건사 등이 ‘건강 체크’라는 자연스러운 명목을 내세워 본인을 방문하여 접촉하는 방식의 지원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의 자존심을 지켜주면서도 전문가의 안목으로 상태를 면밀히 파악할 수 있는 지혜로운 접근이 필요합니다.
부모님의 "괜찮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반드시 존중은 아니며, 그 이면에 숨겨진 신호를 가족이 어떻게 포착하느냐가 향후 돌봄의 질을 결정합니다. 일본의 사례처럼 우리도 고령 부모님의 심리적 방어 기제를 이해하고 전문 기관의 도움을 활용하는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